1. 사실관계
서울특별시는 서울주택도시공사와 집단에너지 공급사업에 관한 위·수탁협약을 체결하고, 강서구·노원구 등에서 열 또는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의 관리업무를 위탁하였습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집단에너지사업단을 설치하여 위탁업무를 수행하면서 서울시로부터 재료비·인건비·경비·지역난방 건설비 등의 사업비와 별도의 위탁수수료를 지급받았습니다.
공사는 위탁수수료만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으로 신고하고, 사업단이 수행하는 업무는 면세사업이라고 보아 사업비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를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사업자등록의 변동 경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2002년 1월 면세사업자로 최초 등록
2002년 4월 과세사업자로 정정등록
2003년 6월 다시 면세사업자로 정정신고하여 면세사업자용 등록증 발급
이후에도 실제로는 집단에너지사업 관련 과세용역을 계속 제공
과세관청은 서울시로부터 지급받은 사업비가 용역공급의 대가인데도 과세표준에서 누락되었다고 보아 2006년부터 2012년까지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였습니다.
2. 주요 쟁점
이 사건에서는 크게 세 가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첫째, 서울시가 지급한 재료비·인건비·경비 등의 사업비가 단순한 비용의 보전인지, 아니면 위탁용역의 공급대가로서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포함되는지입니다.
둘째, 과세사업자가 면세사업자로 정정신고한 경우 기존 과세사업자 등록의 효력이 소멸하는지입니다.
셋째, 면세사업자 정정신고 이후 과세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한 매입세액을 ‘사업자등록 전 매입세액’으로 보아 공제를 부인할 수 있는지입니다.
3. 사업비도 용역공급의 대가에 포함된다
대법원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서울시로부터 집단에너지 공급사업의 제반 업무를 포괄적으로 위탁받고, 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기 명의와 계산으로 비용을 지출하였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따라서 서울시가 지급한 사업비는 공사가 서울시를 대신하여 단순히 지출한 비용의 실비변상금이 아니라, 공사가 제공한 위탁용역의 공급대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위탁수수료뿐만 아니라 사업 수행을 위해 지급받은 재료비·인건비·경비 등도 전체 용역의 대가로서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포함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4. 면세사업자 정정신고의 법적 성격
대법원은 사업자등록정정신고가 기존 사업자등록의 법적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경하거나 소멸시키는 절차는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이 정한 ‘사업의 종류에 변동이 있는 때’란 과세사업자가 영위하는 과세사업의 업태·종목이 변경된 경우를 의미합니다. 과세사업 자체가 면세사업으로 변경되는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과세사업자가 자신이 공급하는 용역을 면세대상으로 잘못 판단하여 면세사업자로 정정신고한 것은 법령이 예정한 적법한 사업자등록 정정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정정신고는 폐업에 따른 사업자등록 말소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5. 등록증 발급만으로 과세사업자의 지위가 소멸하지 않는다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등록은 과세관청의 허가나 특허가 아니라 사업사실에 관한 신고입니다. 사업자가 적법한 등록신청서를 제출하면 사업자등록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과세관청이 발급하는 사업자등록증은 등록사실을 증명하는 문서에 불과합니다. 사업자등록의 말소 역시 폐업사실을 기재하는 조치일 뿐, 그 행위 자체가 사업자로서의 실체적 지위를 창설하거나 소멸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과세관청이 면세사업자로의 정정신고를 거부하지 않고 면세사업자용 등록증을 발급했더라도, 공사가 실제로 과세사업을 계속 영위하였다면 기존의 적법한 과세사업자 등록은 소멸하지 않습니다.
6. 정정신고 이후 매입세액도 공제할 수 있다
구 부가가치세법은 ‘사업자등록 전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업자등록 전 매입세액이란 적법한 사업자등록 신청을 하기 전에 발생한 매입세액을 의미합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2002년 4월 이미 과세사업자로 적법하게 등록한 뒤 계속하여 과세사업을 영위하였습니다. 이후 면세사업자로 잘못 정정신고했다는 사정만으로 기존 과세사업자 등록이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2003년 6월의 정정신고 이후 발생한 매입세액도 사업자등록 전 매입세액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해당 지출이 과세사업과 관련된 매입이라는 요건을 충족한다면 매출세액에서 공제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매입세액 공제를 부인한 원심판결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
7. 재조사 결과 통지는 독립된 항고소송의 대상이 아니다
조세심판원이 재조사결정을 한 뒤 과세관청이 재조사 결과 종전 부과처분을 유지한다는 통지를 하였더라도, 그 통지는 기존 부과처분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데 불과합니다.
따라서 납세자가 다투어야 할 대상은 최초의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이지, 재조사 결과를 알리는 통지 자체가 아닙니다. 대법원은 그 통지를 독립된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8.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사업자등록증의 형식적 기재보다 실제 사업의 계속 여부와 당초의 적법한 등록신청을 중시한 판결입니다.
사업자가 과세 여부를 잘못 판단하여 면세사업자로 정정신고했더라도, 다음 사정이 인정되면 매입세액 공제가 곧바로 배제되지는 않습니다.
종전에 과세사업자로 적법하게 등록하였을 것
폐업하지 않고 과세사업을 계속하였을 것
문제된 매입이 실제 과세사업과 관련될 것
기존 사업자등록을 적법하게 말소할 사유가 없을 것
다만 이 판결은 면세사업자로 신고하면 부가가치세 납세의무 자체가 면제된다는 취지가 아닙니다. 실제 제공한 용역이 과세대상이라면 지급받은 사업비와 수수료는 과세표준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해당 과세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부담한 매입세액은 공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판결의 핵심입니다.
결국 과세관청은 매출 측에서는 해당 사업을 과세사업으로 보면서, 매입 측에서는 면세사업자용 등록증이 발급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매입세액 공제를 부인할 수 없습니다. 과세사업의 매출세액과 매입세액을 일관된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