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세회피 목적의 위탁자 지위 이전과 재산세 납세의무

핵심 결론 핵심정리
납세자가 조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특정 거래형식을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법률관계를 함부로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권리·의무의 이전 없이 위탁자 명의만 형식적으로 이전한 경우에는 가장행위를 제외하고 실질적인 위탁자에게 재산세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2두67630 판결

1. 사실관계


법인 또는 개인인 원고들은 부동산 소유자들로서 2021년 3월부터 5월까지 자신들의 대표자나 배우자 등을 수탁자로 하여 부동산 신탁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신탁계약에서는 원고들을 위탁자 겸 수익자로 지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원고들은 신탁계약을 체결한 직후, 대표자 또는 배우자의 친인척 등에게 신탁계약상 위탁자 지위를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일부 위탁자 지위 양수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원고나 원고 대표자의 다른 친인척에게 다시 위탁자 지위를 이전하기도 하였습니다.

원고들은 재산세 과세기준일인 2021년 6월 1일 전에 일부 부동산의 신탁원부상 위탁자 명의를 변경하였고, 나머지 부동산에 대해서도 변경등기를 신청하였습니다.

수탁자들은 과세관청에 2021년 6월 1일 현재 위탁자 지위를 최종적으로 이전받은 사람들이 재산세 납세의무자라고 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위탁자 지위 이전에도 불구하고 최초 위탁자인 원고들이 여전히 실질적인 위탁자라고 보아 원고들에게 재산세 등을 부과하였습니다.

2. 재산세 과세기준일과 신탁재산의 납세의무자


재산세의 과세기준일은 매년 6월 1일입니다. 원칙적으로 과세기준일 현재 재산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재산세 납세의무자가 됩니다.

이 사건 당시 지방세법 제107조 제2항 제5호는 신탁재산의 경우 일정한 요건 아래 위탁자를 재산세 납세의무자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과세기준일 직전에 신탁계약상 위탁자 지위를 다른 사람에게 이전하면 형식상 재산세 납세의무자가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원고들은 이러한 법률구조를 이용하여 친인척 등에게 위탁자 명의를 이전하였습니다.

3. 법적 쟁점


핵심 쟁점은 신탁계약상 위탁자 지위이전계약이 법률 형식상 체결되고 일부 신탁원부에도 반영된 경우, 과세관청이 이를 부인하고 종전 위탁자를 재산세 납세의무자로 볼 수 있는지였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두 법리가 충돌하였습니다.

납세자가 선택한 거래형식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
가장행위를 배제하고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해야 한다는 실질과세원칙

4. 납세자의 거래형식 선택권


대법원은 먼저 납세자에게 거래형식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납세자는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어느 거래형식을 선택할지에 따라 조세부담이 달라지더라도, 과세관청은 단순히 세금이 감소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납세자가 선택한 법률관계를 부인할 수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하나의 거래를 여러 단계로 나누거나 중간 거래를 개입시켰더라도, 그것이 실제 법률관계에 따른 진정한 거래라면 원칙적으로 그 형식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 판결은 조세회피 목적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거래를 재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닙니다.

5. 가장행위의 경우에는 실질과세가 가능하다


다만 거래가 실제 권리·의무의 변동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외관만을 형성한 가장행위라면 그 형식을 존중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거래가 가장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과세상 의미가 없는 가장행위를 제외하고, 그 뒤에 존재하는 실질적인 법률관계에 따라 과세할 수 있다.

즉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조세절감 목적을 넘어, 당사자들이 표시된 법률효과를 실제로 발생시키려는 의사가 없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6. 위탁자 지위 이전을 가장행위로 본 이유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위탁자 지위이전계약이 실질적인 지위 이전 없이 외관만 만든 가장행위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가. 신탁계약 직후 위탁자 지위를 이전한 점


원고들은 신탁계약을 체결한 바로 다음 날 위탁자 지위이전계약을 체결하기도 하였습니다.

신탁계약 체결과 지위 이전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거의 없다는 점은 처음부터 위탁자 명의를 변경하기 위한 구조가 계획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정으로 평가되었습니다.

나. 지위 이전의 대가가 10만 원에 불과한 점


위탁자 지위 이전의 대가는 10만 원에 불과하였습니다.

부동산 신탁에서 위탁자는 신탁의 변경·종료 및 수익구조 등에 관하여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질 수 있는데, 이러한 지위를 극히 적은 금액에 이전한 것은 정상적인 독립당사자 사이의 거래로 보기 어려웠습니다.

다. 최초 위탁자가 언제든지 지위를 회복할 수 있었던 점


위탁자 지위이전계약에는 최초 위탁자인 원고들이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하고 위탁자 지위를 회복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지위를 이전받은 사람이 독립적이고 확정적인 권리를 취득한 것이 아니라, 원고가 필요하면 회수할 수 있는 명의만 보유하였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라. 양수인에게 경제적 동기나 이익이 없었던 점


친인척 등 양수인들에게는 위탁자 지위를 취득하여야 할 독자적인 경제적 목적이나 유인이 없었습니다.

양수인들이 신탁재산에서 실질적인 수익을 얻거나 위험을 부담하였다는 사정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마. 취득세를 납부하지 않은 점


위탁자 지위를 양수한 사람들은 지방세법상 위탁자 지위 이전에 따른 취득세도 납부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당사자들 스스로도 위탁자 지위 이전을 실질적인 재산권 이전으로 취급하지 않았다는 정황으로 고려되었습니다.

바. 과세기준일 직전에 이루어진 점


위탁자 지위 이전은 재산세 과세기준일인 6월 1일 직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원고들은 이를 통하여 상당한 규모의 종합부동산세와 농어촌특별세 부담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거래 시기와 절세 효과를 종합하면 위탁자 지위 이전은 과세기준일 현재의 납세의무자 명의만 변경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7. 대법원의 결론


대법원은 위탁자 지위이전계약이 실질적인 지위 이전 없이 조세회피를 위해 외관만 형성한 가장행위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과세상 의미가 없는 명의 이전을 제외하면 원고들이 여전히 실질적인 위탁자였습니다. 원고들은 지방세법 제107조 제2항 제5호에 따른 재산세 납세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 재산세 부과처분을 유지하였습니다.

한편 일부 원고들은 과세기준일 전인 2021년 5월 24일 신탁계약을 해지하고 5월 31일 자신들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이들은 6월 1일 현재 등기상·실질상 소유자였으므로 별도로 재산세 납세의무가 인정되었습니다.

8. 이 판결과 실질과세원칙의 범위


이 판결을 “조세회피 목적이 있으면 모든 거래형식을 부인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대법원의 판단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납세자는 조세부담이 적은 거래형식을 선택할 수 있다.
조세절감 목적이나 중간 거래의 개입만으로 그 형식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표시된 법률효과를 실제로 발생시킬 의사가 없는 가장행위라면 형식을 배제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장행위 뒤에 존재하는 실질적인 법률관계에 따라 과세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거래가 부인된 직접적인 이유는 조세회피 목적 자체가 아니라 위탁자 지위에 따른 경제적 권리·위험 및 처분권이 실제로 이전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9. 진정한 위탁자 지위 이전과의 구별


위탁자 지위를 이전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종전 위탁자에게 계속 과세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사정이 인정된다면 실질적인 지위 이전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양수인이 합리적인 대가를 지급한 경우
양수인이 신탁재산의 이익과 위험을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경우
종전 위탁자가 임의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지위를 회수할 수 없는 경우
양수인이 신탁계약의 변경·종료 등에 관한 권한을 독립적으로 행사하는 경우
지위 이전에 사업상·재산관리상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
취득세 등 관련 세금을 정상적으로 신고·납부한 경우
과세기준일과 관계없이 장기간 유지된 경우
양수인이 수익자 지위나 경제적 이익도 함께 취득한 경우

결국 명칭이나 신탁원부 기재보다 위탁자의 실질적인 권한·의무·경제적 이해관계가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가 중요합니다.

10.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조세절감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와 가장행위를 명확히 구별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적법한 절세는 실제 권리관계를 변경하면서 법률이 허용한 거래형식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반면 당사자 사이의 권리관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과세기준일 현재의 명의만 변경하는 것은 가장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신탁을 이용한 재산세·종합부동산세 설계에서는 다음 사항을 중점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위탁자 지위 이전의 실질적인 목적
이전대가의 적정성
수익권과 관리·처분권의 귀속
신탁변경 및 해지 권한
경제적 이익과 위험의 이전
취득세 등 관련 조세의 신고 여부
과세기준일과 거래 시기의 근접성
지위 이전의 지속성

결국 신탁원부상 위탁자 명의가 변경되었다는 형식만으로 납세의무가 이전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질적인 권한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종전 위탁자에게 남아 있다면 과세관청은 그 사람을 재산세 납세의무자로 볼 수 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2두6763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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